공자는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 했다. 정치는 덕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위정자의 품성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정의 방향과 재정의 태도, 위기 앞에서의 절제까지 함께 묻는 말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먼저 새겨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불안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우려도 이어진다. 환율은 민감하게 움직이고, 수입물가 압박도 여전하다. 이 여파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름값으로 번지고, 운송비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며, 결국 국민의 밥상과 장바구니에 닿는다. 이런 국면에서 정치가 먼저 보여야 할 것은 흥분이 아니라 절제다. 구호가 아니라 계산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의 흐름을 보면 위기 대응의 무게보다 선심성 지원의 메시지가 앞서는 듯한 장면이 적지 않다. 민생을 말하지만, 그 방식이 정말 민생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어려운 계층을 돕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경기 방어도 외면할 수 없다. 다만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방식의 재정 집행까지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고유가와 환율 불안이 겹친 시기라면 재정은 더 정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백성이 국가를 믿지 못하면 나라는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용인 반도체를 둘러싼 이전론과 전력·용수 논란 앞에서 정부가 보이는 침묵과 모호함은 바로 그 국가 신뢰를 허무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위정자가 가슴에 새겨야 할 치국의 원칙이다. 국가는 신뢰 위에 서고, 산업은 예측 가능성 위에 선다. 그런데 지금 용인 반도체를 둘러싼 정국은 어떠한가. 한쪽에서는 국가전략산업의 입지를 흔드는 지방이전론이 반복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력과 용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말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 정부는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거나 머뭇거린다. 이것은 신중함이 아니다. 국정의 근간인 신(信)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유교의 정치철학은 '정명'에서 출발한다. “명불정즉언불순, 언불순즉사불성(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이라 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바르지 못하고, 말이 바르지 못하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가전략산업이라 하면서도 정작 입지와 송전, 용수 문
중앙 정치권이 공천 잡음과 계파 갈등으로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용인특례시 국민의힘이 보여준 '통합과 결집'의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 13일, 용인 지역 정가의 무게감 있는 정치인인 이우현 전 국회의원이 고뇌 끝에 용인특례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개인의 정치적 행보 대신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용인의 미래가 먼저"라며 현직 이상일 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후보 사퇴를 넘어, 중앙당의 분열 양상에 실망한 시민들에게 '국민의힘은 살아있다'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인의 중단 없는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은 이 전 의원의 결단은 진정한 '선당후사(先黨後私)'이자 '선시후사(先市後私)'의 본보기다. 이상일 시장 또한 즉각 화답하며 "통합의 길을 함께 걷겠다"고 밝혔다. 민선 8기에서 다져온 반도체 중심도시의 비전이 민선 9기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두 정치인의 공감대는, 용인 시민들에게 정권 재창출 그 이상의 안정감과 신뢰를 주고 있다. 지금 용인에 필요한 것은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미래 설계를 위한 추진력이다. 중앙 정치가 당권과
“‘장애가 있으면 불편한 게 당연하다’는 말이 더는 통하지 않는 도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용인을 만드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2026 자립생활(IL) 컨퍼런스’에서 단체 부문 최고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IL 대상)을 받은 김정태 용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수상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단순한 기관 성과가 아니라, 지역 장애인 복지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 센터장은 방위산업체에서 28년간 일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일해온 그는 회사 매각 과정에서 퇴사한 뒤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장애인 인권과 자립생활 현장에 들어섰다. 처음부터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 현장을 접하며 기대와 현실의 차이도 적지 않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를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용인시장애인희망포럼을 만들고, 지역 내 장애인 공공 인프라 문제를 공론화하며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용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맡아 조직을 다시 정비했다. 그는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현장에 필요한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그 과정이 이번 장
미디어미르앤 김정기 기자 |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금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타 지역의 이전 압박과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갈등이 용인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과연 누가 중앙정부의 거센 압박 앞에서도 오직 용인의 실익만을 위해 “안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가. ◇ 중앙의 하청 창구가 아닌, 용인의 거부권자가 필요하다 지금 용인에 필요한 리더십은 중앙정부와 손잡고 박수치는 ‘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국가적 대의(大義) 뒤에 숨어 용인 시민의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인프라 구축의 부담을 용인에만 떠넘기려 할 때 판을 엎을 각오로 싸울 줄 아는 ‘강한 수호자’다.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는 단순히 공장을 짓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용인의 100년 뼈대를 세우는 시민의 자산이다. 중앙정부가 효율성만을 내세워 용인의 정주 여건을 뒷전으로 밀어내거나, 타 지역의 눈치를 보며 용인의 시간표를 늦추려 한다면 시장은 그 즉시 용인 시민의 이름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훈장으로 삼아야 정치권과 인근 지자체는 용인의
미디어미르앤 김정기 기자 | 지난 3일 저녁, 수지구 신봉체육공원을 가득 메운 1500여 명의 시민 사이에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타오르는 달집을 바라보며 그가 적어 넣은 소망 쪽지에는 개인의 안녕이 아닌, 용인의 지도를 바꿀 거대한 청사진이 담겨 있었다. ◇ 달집에 실어 보낸 ‘교통과 산업’의 동행 이 시장이 이날 밝힌 소망은 명확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의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동백신봉선 신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진행이다. 언뜻 보기에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이는 ‘용인 반도체 굴기’라는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로 맞물려 있다. 이 시장은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이 철도와 도로망 확충의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산업과 교통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해 왔다. 산업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철도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 "흔들리지 않겠다"… 반도체 프로젝트를 향한 정면돌파 본 칼럼을 통해 되짚어본 이 시장의 발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흔드는 시도에 굴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과정